본문 바로가기

SW 이야기

아이팟



아이팟을 한 번 보세요.

아이팟은 배터리를 갈아 낄 수 없습니다.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면, 정말 안 됐습니다만, 새 아이팟을 사러 가세요.

애플은 배터리를 바꾸려면 친절하게도 직접 공장에 보내라고 합니다.

직접 한 번 보내 보세요.

배터리 갈아 끼우는데 65.95 달러나 받습니다.

우째 이런 일이.....


제 이론은 이렇습니다.

애플은 완벽하게 부드럽고 매끄러운 아이팟 표면을 형편없는 배터리 덮개로 망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팟 뒤태는 얼마나 아름답고 섹시합니까!

여기에 툭하면 깨지는 작은 걸쇠가 달렸고, 

주머니 속 먼지와 온갖 지저분한 때가 틈새에 잔뜩 끼는 배터리 덮개라니!

싸구려 잡동사니 가전제품에나 붙는 구역질 나는 놈이 말이나 됩니까?

아이팟은 제가 여태까지 보아온 가전 제품 가운데 최고로 매끈한 작품입니다.

아이팟은 아름답습니다.

아이팟을 보면 잔잔한 강가에서 반짝이는 조약돌이 느껴집니다.

배터리 덮개는 이 조약들을 다 망쳐버립니다.


사실, 애플은 항상 스타일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립니다.


미안합니다, 도저히 아이팟 이야기를 멈출 수가 없네요.

작은 클릭음을 내는 아름다운 휠이란....

애플은 휠에서 클릭음이 나는 것처럼 만들려고 돈을 들여 내장 스피커를 달았습니다.

헤드폰으로 클릭음이 나오게 했다면 몇 푼, 단 몇 푼이 들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휠을 돌릴 때마다 아이팟을 지배하는 느낌이 들 겁니다.

사람들은 뭔가 지배하는 느낌을 좋아합니다.

뭔가 지배한다는 느낌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여러분이 휠을 돌려 명령을 내리면 아이팟은 명령에 따라 부드럽고 유려한 소리를 내며 반응합니다.

여러분은 클릭음을 들을 때마다 행복합니다.

켜고 끌 때마다 한참은 걸려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 하찮은 소형 전자제품 나부랭이들과 차원이 다릅니다.

여러분은 이런 제품을 지배한다고 느끼나요? 혹시 모른다고요? 

버튼을 누르면 재깍재깍 켜지는 휴대전화를 도대체 언제 가져봤나요?


스타일.

행복.

감성에 호소.


소프트웨어, 영화, 가전제품을 대박내는 비결입니다.


세계 최고 제품은 단지 '생산성 10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럭저럭 생산성을 내는' 개발자는 결코 위대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높은 음을 내지 못합니다.


...

진정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경력을 쌓고 싶다면 은행 IT 같은 데서 일하지 말고 

진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


<출처>

1. 조엘온소프트웨어를 넘어서, 274p

2. http://www.joelonsoftware.com/articles/highnotes.html